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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를 덮친 밤의 암살자 └세계사의 장

제목이 왜 이따위인 것이냐? 설명하지 않으면 베겠다!
- 이미지 출처 : 만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6일 밤...
당시 수원비행장(K-13기지)의 미군 파일럿들은 일과를 마치고 느긋하게 영화감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영화감상을 마치고 취침에 들려는 때, 한 장병이 노래라도 들을 생각에 라디오를 켰습니다. 그런데 채널을 돌리다보니 중공군의 선전방송이 흘러나왔는데, 아나운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원 비행장에 폭격이 시작될 거라능, 너희 미제넘들 이제 다 죽었다능 ㅋㅋㅋ."

미군 파일럿들은 이게 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린가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에서 제공권은 UN군이 확실히 쥐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다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짱꿰 아나운서를 비웃으며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자정이 넘기고 새벽 2시...
경계병을 제외하고 모두 잠든 고요한 밤에 폭음이 작렬했습니다. 중공 아나운서가 경고한대로 수원 비행장에 폭격이 시작된 거죠.

깨어도 도망칠 수 없는 악몽이 들이닥쳤습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f14xhazpt/20117553318 -

화들짝 깨어난 파일럿과 기지 병사들은 황급히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레이더에 잡히는 것은 없었고, 육안으로 적기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거기다 적기의 엔진음은 사이렌 소리보다 작았습니다. 그 와중에 폭탄은 사방에 뚝뚝 떨어졌고, 미공군은 혼비백산 하며 마구잡이로 대공포를 쏘아 댔습니다.
그야 말로 상대는 서번트 어쎄신귀신 같았습니다.

실은 내가 시간이동해서 미제놈들을 때려주고 왔다는 ㅋㅋㅋ
(당연히 거짓말입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munich2/50103580551 -

날이 밝았을 때, 미공군은 참혹한 피해를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활주로는 엉망이 되어 있었고, 사방에 부상자들이 신음하고 비명을 질러댔죠. 거기다 수원 비행장에 배치되어 있던 미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86 세이버 전투기들도 파괴되어 사방에 파편을 날린체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무참히 당한 F-86을 모에화 한 그림...틀려!
- 이미지 출처 : 만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

도대체 미공군에게 이렇게 된통 한방 먹인 것은 누구일까요?
그것은 UFO도, 시간이동을 한 중공의 스텔스기도 아니었습니다.
야간에 세이버를 덮친 밤의 암살자는 바로 소련에서 통칭 강냉이(...)라 불린 폴리카포프2 복엽기였습니다.

아! 내가 세이버를 덮쳤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pilotfriend.com -

저런 구닥다리에게 당했단 말인가!...라고 경악하실 분이 계실 테지만 현실이 그랬습니다. 구닥다리라도 사용하기 나름이고, 사람 잡는데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1928년에 만들어진 폴리카포프2 복엽기는 통칭 강냉이 혹은 Po-2라 불렸는데, 항공 역사상 가장 저렴하면서도 큰 전과를 일구어낸 녀석 중의 하나입니다. 복엽기라는 게 다 그렇듯이 저놈은 최고 속도도 고작 150km밖에 되지 않았고, 순항 속도는 100Km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항속거리는 630km, 최대고도는 3000m밖에 안되는 고물 중의 상 고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은 50kg짜리를 2발에서 최대 6발까지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까라면 까는 기야, 내래 인민의 폭격을 보여주갔어!
- 이미지 출처 :
http://www.wwiivehicles.com -

이 죽일 놈의 강냉이 자식은 당시 중공군과 북한공군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캠버스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당시 레이더에 제대로 걸리지도 않았고, 매우 느린 속도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폭탄을 막 떨구는 터라 UN군의 전투기로 잡기 참으로 골룸했습니다. 거기다 엔진음도 작아서 야간에 위치를 판독하기도 힘들었죠.

당시 UN군 전투기들은 이놈에 비해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만큼 선회하기 어려웠기에 요놈을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거기다 F-86 세이버는 주간 전투기라 밤에 싸울 수 없었죠. F-82트윈 무스탕이나 기관총을 탑재한 T-6 텍산을 동원해봤지만, 이놈이 너무 저공으로 날아다니는 지라 오히려 이놈 잡으려다가 지상에 꼬라박을 판이었습니다.(실제로 사고가 났음) 결국 미해병대에서 사용하던 백전노장 코르세어를 요격에 참여시키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습니다.

네, 좀 나아진 겁니다. 이놈은 이후로도 야간폭격을 계속하며 UN군 파일럿들을 잠못 이루게 했지요.
심지어 1953년 5월 8일에는 태조 이승만이 묵고 있던 행궁 숙소에서 고작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학교에 폭탄을 떨어트리기도 했고, 동년 6월 16일에는 15대가 편대로 날아와 인천항을 공습해 UN군이 사용할 20만 리터의 석유를 한큐에 날려버리기도 했습니다.

빨리 밥 주세요, 현기증 나서 출격 못하겠단 말입니다.
(강냉이 자식이 니 밥을 다 태웠지 말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만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

강냉이의 이런 후덜덜한 전과는 한국전쟁이 이전인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있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밤의 마녀라 불린 소련군의 여성 파일럿들은 이 구닥다리 비행기에 폭탄을 실어 밤마다 독일군 비행장을 폭격하고 다녔고, 덕분에 독일 파일럿들은 밤잠을 설치며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습니다. 훗날 독일 파일럿들은 자신들을 그토록 괴롭힌 것이 여자들이 모는 구닥다리 복엽기라는 걸 알고 기가막혀 했다지요.

아무튼 중공군과 북한군이 저 강냉이로 올린 전과는 쏠쏠했습니다. 저렴한데다 용도가 다재다능하고 저런 게일라 공격까지 가능해서 전후에도 동구권에서 Po-2가 생산되었고, 그 생산대수는 총 4만여대에 이릅니다.

워낙에 많은 숫자가 생산되어 아직까지 비행가능한 녀석들도 많습니다.
요새는 관광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합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kermitweeks.com/?p=379 -

아무튼 북한은 과거에 이렇게 쏠쏠하게 맛을 보았기 때문인지, An-2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An-2 역시 복엽기에 Po-2의 구닥다리다운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심지어 강냉이란 이름까지!), 저런 게릴라식 폭격에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현재에도 우리 장병들은 저놈의 An-2에 대한 대응 훈련을 지금도 받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무기(승공포라든지, 비호라든지...)도 여전히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으로 맛을 본 북한이 An-2를 이용하여 기습 폭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확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폭탄 몇발 떨구면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고 새끼돼지의 군사적 전공을 선전하기에 적절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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