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군이되어보세] 과연 이후의 역사는? └소설의 장




대체역사 좋아하는 소생은 빙틀러에 이어 빙산군을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거 보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갑작스럽게 통수엔딩이 날아들었고...

이렇게 분노하는 독자님들이 꽤 많은 상황이죠.


뭐 아무튼 논란은 접어두고 일단 빙틀러 본편 끝났을 때처럼 엔딩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1부 통수엔딩 작렬한 호프님 후기에 따르면 빙산이 한 일이 헛되지 않고 후대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하셨는데...
이에 탈레반 유생들이 가만 있었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독자님들이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전임자의 계획이나 공훈을 취소하거나 지워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던 터라...
하지만 저는 그런 독자님들과 생각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연산군은 단순한 폭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양반은 이후 조선 사회나 정치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세조 이후로 조선 사회는 내리막길로 갔습니다. 과학과 기술 개발은 등한시되고, 국방력은 맛탱이가 갔습니다. 그 결과 터진 게 프롤로그로 터진 게 중종 때 삼포왜란, 그리고 본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었죠.

물론 저렇게 된 게 전부 연산군 탓은 아닙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놓고 할배처럼 공신들을 제거하지 못해 훈구파라는 적폐를 남겨 놓은 세조의 잘못도 있고, 유생들에게 성군 소리를 들었지만, 실제 곪아가는 조선의 국방이나 사회 인프라에 손을 쓰지 않았던 성종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연산군 시대는 사회를 쇄신해야 할 타이밍이었습니다만, 다들 아시다시피 연산군은...
차라리 평범한 수준의 왕이었다면 그냥저냥하다 후임에게 넘겼을 지 모릅니다만, 연산군은 폭탄을 터트려 버렸고, 그 뒤로 왕이 된 중종도 연산군의 정치적으로 싼 떵과 반정공신 견제에 매진하느라 민생은 어찌되는 지, 국방은 어찌 돌아가는 지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수습되지 못했기 때문에 연산군이 죽은 후대에도 '아직도 그 시절의 병폐가...' 운운하는 기록을 실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놀아재꼈던 실제 역사와 달리 소설의 연산군, 빙산은 꽤 많은 일을 합니다.


고루한 신하들이 잔소리를 하는 와중에서도 빙산이는 길 닦고 저수지 만들고, 천일염 개발하고, 광산 파고, 고래도 잡고, 증기기관 연구하고, 여진족 때려잡고 왜구도 소탕합니다.

호프님이 빙산 주변의 일만 다루다 보니 언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실제 도로 정비된 후로 보부상들이 목륜마라고 불리는 자전거(...라고 쓰고 퀵보드)를 타고 잘들 돌아다닙니다. 길이 뚫렸으니 물류 운송이 늘었다는 야그고, 상업이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여기에 천일염 개발로 소금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염장고래고기 수요도 확산되었습니다. 프랑스 앙리 4세처럼 일주일마다 백성들 냄비에 치느님을 넣어주진 못했어도 고깃국은 먹게 해 줬다는 것이죠.
그리고 길을 닦거나 둑을 쌓거나 저수지를 만드는 건 백성들이 부역으로 힘들긴 해도 다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왕들과 달리 빙산이는 부역 나온 백성들에게 임금으로 쌀을 쥐어줬지요. 거기다 국경이나 바다에서 깔짝대던 여진족과 왜구까지 때려잡고 보란듯이 개선식도 했습니다.

자 이랬던 왕이 갑자기 칼 맞아 죽었대요. 백성들 반응이 대략 어땠을까요?


현실의 윗동네와 달리, 소설의 조선 백성들은 정말 슬퍼했을 겁니다.


골수 유교빠 관료나 양반들은 임금이 공부 안 한다고, 혹형을 서슴치 않는다고 GRGR할지 몰라도 백성들 입장에선 REAL 명군이었을 겁니다. 빙산이가 정복전쟁 할 목적으로 토대를 쌓았든 어쨌든, 일단 민생이 나아질만한 일을 했으니 말입니다.

사화 나서 선비 양반이 때거지로 죽는 거? 뭐 억울하게 엮여서 죽거나 귀양 간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내심 동조하던 이들은 임금 1818했을 지 모르나, 일반 백성들 입장에선 상관없는 일이에요. 때거지로 죽어간 양반들이 자기네들 형편 살펴준 것도 아니고, 임금 숙청 때문에 그리 피해보는 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러한 대표적인 예는 우리 현대 역사에 있습니다.

   
"임자, 독재 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딸네미 때문에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지긴 했어도, 노년 보수층에서는 박정희에 대한 LOVE가 남다릅니다.
일각에선 한국 현대사를 조진 만악의 근본 취급을 합니다만, 공구리 지지층이 있는 이유는 그가 이 나라의 산업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당대를 살아간 그 세대가 살림살이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당시의 지표는 9라에 불과하다, 박정희 한 거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쟁의 여파가 사방에 남아 있는 나라를 20년 안에 산업국가로 바꿔 놓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 세계 전역에 선진독재국에 TOP급 독재자들이 무수했던 걸 생각하면...
물론 이런 급진적인 산업화는 극약처방이었고 여러모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만,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는 일단 해결이 되었다는 겁니다.


어찌 되었거나 그 시절에 닦아 놓은 기반은 한국 경제에 피가 되고 살이 되었습니다.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서 민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역사 바로세우기라고 하여 과거 적폐를 없애는 작업에 나섰지만, 과거 독재 정부가 내세웠던 산업화 바람을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자, 현실이 이런데 소설 속의 세계는 어떨까요?
어떤 분들은 탈레반급 유생들이 난장판을 벌여 빙산이 한 것을 제로로 만들 것이라 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다들 '맛을 들였거든요.' 


평생 고기를 먹지 않은 스님이 고기 먹방을 참기는 쉽지만, 
이미 맛들인 사람은 참기 어렵습니다.


연재 게시판에 올리신 어떤 분의 리플을 보자면, 빙산이 죽고 나서 아들네미는 어리니까 역사대로 중종이 등극할 거라고 하는데...
뭐 그렇게 된다 해도 훼까닥 바뀌는 건 힘들 겁니다.
빙산이가 생전에 했던 일들이 실제 역사에서 연산군이 했던 것 만큼 패악은 아니니까요.
거기다 반정세력들이 들이쳐서 빙산이랑 짝자꿍 해 온 신료들 다 잡아 죽인 상황도 아닌 터라, 이 양반들이 자리는 그대로 지키고 있었을 겁니다.
뭐 중종이 할 만한 일이라곤, 빙산이에게 밉 보여 귀양 간 양반들 방면 해 주거나, 자기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사림을 끌어오는 게 고작일 겁니다.


물론 REAL 유교 탈레반이 나와서 깽판을 놓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중종도 그리 만만한 임금은 아닙니다. 위에 있는 양반이 왜 D졌나 보면 알 수 있죠.
조광조가 임금의 오른팔이 되어 날뛴다 한 들, 실무 능력이 꽝인 그가 삽질을 하면 기존의 보수 세력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도 욕을 바가지로 쳐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잘못하다간 실제 역사에서 사약 마시는 것 대신 장녹수가 그랬던 것처럼 백성들이 만들어주는 돌무덤에 묻혀버릴 수 있는 겁니다.

이미 빙산체제에서 돈맛 들이고, 세상 바뀌어가는 걸 본 사람들이 유교 탈레반 따위는 가만 두지 않을 거라 이거죠. 특히 조광조나 당대 사림 세력들은 신분제를 공고히 하려 했고, 실제 천민 출신 관료들을 실각시켰는데, 빙산체제에서 목소리 힘 주게 된 백정들이나 서출들이 이걸 그냥 두고 보겠습니까?


"Back to the past? 마빡에 총알 맞고 싶은 모양이군."


조총과 관련해서 호프님은 일본에 유출되는 일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아마 그건 조선에서 만드는 강선 조총이나 그 기술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싸구려 명나라 조총이나 포르투갈 화승총이 일본에 들어가긴 하겠지만, 이것들의 성능을 생각하면 조선군만큼 운용하긴 어려울 겁니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10발 쏘고 시밤쾅하면 누가 사고 싶겠습니까? 제가 영주라면 그 돈으로 활이나 더 개량하거나, 조총병 운영을 소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기술이 유출된다 해도 명나라는 몰라도 일본에서 만들 수 있다고 보기도 힘든 게... 임진왜란 직전까지도 일본은 중앙집권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국가 재정이 중앙으로 모이지 않고 지방에서 영주들이 제 알아서 쓰는 상황인데, 조선 정부처럼 수천냥의 은을 써가며 조총을 개발하거나 증기기관을 만드는 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런 이유로 일본은 돈 많이 드는 화포 개발이나 보유를 하지 못했지요.


거기다 금속 기술이란 맨 바닥에서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증기기관을 만들기 전에 제련이나 야금 같은 기초 기술의 토대를 튼튼히 쌓아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설에선 빙산이 장인들 격려하거나 갈구는 장면 밖에 안 나왔지만요.
그런데 모래에서 사철 모아서 접쇠질로 일본도 만드는 나라에서 증기기관을 만든다? 그냥 조선이나 명나라에서 수입하는 게 나을 겁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그런 중요 기술을 함부로 유출할 만큼 헐렁하진 않다는 게 문제겠지요.


"근데 아무래도 바깥 문제보다 내부 문제가 더 골 때릴 것 같다능."


2부에서 임진왜란을 막는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은데... 빙산에서 빙선이 된 주인공은 초반에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할 것으로 봅니다.
고인 물은 썩듯이, 아무리 좋은 토대를 마련해 둬도 시간이 흐르면 낡고 부패하기 마련이죠. 그러니 주인공은 전생(...)에 자신이 마련한 시스템에서 세를 불린 이들 중에 엇나간 이들도 있음을 볼 것이고, 그들이 싸 지른 X을 처리해야 하는 것에 짜증을 내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주인공 가까이에는 현실에서 조선GTA를 즐기는 또라이 아들네미들이 있습니다. 
뻘짓하면 죄다 발해도나 북해도로 귀양 보내야...


실제 역사에서도 임진왜란 때 조선이 참혹한 전화를 당한 게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원인이 큽니다. 경상우수사에 원균이 아니라 치트공이 있었으면, 역사가 전혀 달라졌을 거라고 보는 것처럼 말이죠.

아무튼 2부는 치트공을 보는 맛이 되겠군요. 등장도 빠를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2부에 주인공 최측근에 유성룡이 있으니 말입니다. 2부가 시작되는 1582년 시점에서 보면 서익의 모함을 받아 발포만호 자리에서 파직이 되는데... 아마 초반에 이 이야기가 나올 지 모르겠습니다.



PS. 왠지 2부 엔딩은 "썩씨딩 빠덜!"(...)을 볼 것 같은 예감이...;;;
상희도 환생을 한다는 데, 만약 인목왕후나 그에 준하는 캐릭터로 나타난다면, 주인공이 상희와 사이에서 난 적자(영창대군)을 총애하여 GTA유저들(...)은 물론 광해군까지 제치고 세자로 삼으려 하면...

뭐 호프님이 알아서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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