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니름이 만발한 감상] 영화 빅피쉬 └영상의 장


때론 거짓이 진실보다 나을 때가 있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 '빅 피쉬'를 보신 분들이 있습니까?(잘 없을 겁니다. 왕께서 귀환하니 마니 했으니...)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윌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모험담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재미있게 들었던 그 모험담을 자라면서도 계속 들었고, 어른이 된 뒤로도 듣게 되자 불만을 갖게 되었지요.

그저 지겨워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모험담이 너무 허풍스러웠기 때문이지요.

아버지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윌은 파리에서 근무하던 중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히 귀향을 합니다.
그런데 죽을 병에 걸린 아버지는 여전히 여유가 넘치고, 틈만 나면 허풍스런 옛 모험담을 늘어놓곤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재미있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들은 윌은 아니었지요.

"난 죽지 않아. 언젠가 다시 고향 강의 큰 고기로 돌아갈 거야."

아버지는 그렇게 허풍을 쳤지만, 윌은 그 말을 믿지 않았죠.

자신의 이야기를 불신하는 그에게 아버지는 딱 한 번만 다시 들어보라며 자신의 모험담을 다시 들려줍니다.

기묘한 출생, 어느 마을에서 거인과의 만남, 유령 마을의 발견, 어머니와의 만남과 청혼, 한국전 참전(!), 기상천외한 세일즈업무 등등...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도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는 '구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허풍을 치는 아버지를 아주 한심스럽게 생각하죠.  

어느날 윌은 창고를 청소하면서 아버지의 허풍스런 모험담의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허풍에 가려져 있던 진실에 놀라게 되지요.

윌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 쯤,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갑니다.
임종하기 직전, 윌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주치의인 사람에게 묻습니다.
 

"왜 아버지는 진실을 진실 그대로 이야기 해주시지 않은 걸까요."

윌 만큼이나 아버지에게 허풍스런 모험담을 지겹게 들은 의사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네 아버지가 넌 어떻게 태어났는 지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냐?"
"아니요."
"그럼 네가 어떻게 태어났는 지도 모르겠구나."

"예, 전 어떻게 태어난 거죠?"

윌은 뭔가 숨겨진 사정같은 것이나 기묘한 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무참하게 짓밟혔죠.

"그냥 우리 병원 분만실에서 태어났어. 네 아버진 외판원으로 돈 벌러 나간 때라서 네가 태어나는 거 못 봤지."
"......."
"뭐 어차피 당시엔 분만실에 남편이라도 남자는 못 들어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못 보는 건 마찬가지지만."

진실을 듣게 된 윌은 말이 없었죠.
그런 그에게 의사는 말합니다.

"어때? 지금 내 이야기가 재미있냐?"

"...아뇨."

"바로 그거야, 진실이란 때론 재미없는 거야. 오히려 허풍스런 이야기가 더 재밌게 들리고 당사자에겐 더 진짜 처럼 믿고 싶을 때가 있어."
"......"
"특히 그게 힘들었던 경우에는 말이지."

아버지가 윌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풍이었던 겁니다.

큰 거인의 이야기나, 남의 약혼녀였던 아내 이야기나, 한국전에 참전해 중공군의 위문을 온 중국여가수들과 블라디보스톡으로 탈출, 화물선을 타고 쿠바로 가서 플로리다로 왔다는 이야기 역시 부풀려 진 것일 뿐이지 다 사실이었던 것이죠.

그토록 진실을 알고 싶었던 윌이었지만, 그 건조하고 딱딱함에 좌절하고 맙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오는 아버지의 임종...
아버지는 끝까지 죽음을 거부합니다만, 그에게 정해진 것은 병원 침상에서의 평범한 죽음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윌의 마지막 선물은 진실과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허풍섞인 아들의 이야기에 만족한 아버지는 편안한 죽음을 맞습니다.

그리고 윌은 새로 태어난 아들에게 말합니다.

"너희 할아버진 돌아가신 게 아니야. 저기 강의 큰 물고기가 되셨지." 

여러분도 한 번 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빠가 젊을 땐 말이지~ 내가 군대에 있을 땐 말이지~

못 먹고 못 살 시절의 이야기, 가장 힘들었을 때의 이야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의 이야기...


모두 실제 그대로 들려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정도 허풍은 있고, 스스로 알면서도 좋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난 오직 진실만을 말한다'라는 사람도 있지만, 법정에나 어울릴 정도로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론 상대의 진실을 들추어서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큰 반발을 사기도 합니다. 재미 없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죠.

진실을 적절히 가리는 허풍은 상처를 감싸고 있는 붕대같기도 한 것입니다.
현실의 차가운 논리가 지배되는 이 세상에서 기상천외하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유쾌하고 즐거운 낭만을 심어줍니다.
냉정하게 조소를 지을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허풍과 익살은 이 재미없는 세상을 보다 즐겁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그래서 역사에서도 정사가 있지만, 또한 야사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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