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니름이 만발한 감상] 록키발보아 └영상의 장

어느 무명배우가 있었습니다. 그의 수중에는 단돈 100달러 뿐이었고,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죠.
배우로서 인생을 좌우할 그 시점에 그 무명배우는 자신이 기획한 영화의 스토리를 들고 각 영화사와 감독들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마지막 활로는 이것 뿐이었죠.

그는 자신이 기획한 영화의 주연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아마추어 치고 썩 괜찮은 영화 스토리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영화사나 감독들은 그의 요구를 무리한 수준으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왕년에 포르노까지 찍었던) 이 무명 배우를 주연으로 삼기는 싫었던 겁니다.

그러나 딱 한군데 영화사에서 조건을 걸어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영화가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영화 '록키'입니다.



록키발보아는 록키 6탄으로 나온 록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스텔론 형님은 이 영화를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를 하겠다...라고 하셨지만, 내친김에 람보 4탄도 찍으셨고, 5탄까지 찍을 거라 하십니다...--;;;(우리 헤리슨 포드 형님도 나이에 굴하지 말고 인디아나 존스 5탄에 도전해 줬으면 합니다.)


처음에 저는 이 영화 줄거리를 봤을 때 시근둥 했습니다.

노년에 걱정없이 살아가던 록키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링에 복귀한다...는 성의없는 줄거리는 이미 5탄 우려먹기로 로키 시리즈에 실망한 팬들에게 어이없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어떤 생퀴가 영화 줄거리를 그리 소개 했냐는... 옥수수 다 빠져야 정신 차리겠나?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발보아')


성의 없는 줄거리를 접한 소생은 일단 록키 시리즈가 어떻게 마무리 되는가 보자는 심정에 영화를 봤습니다.

아 그런데 말이죠 이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심정이 딱 저 위에 퍼런 문장과 같았지 말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현 세계챔피온 딕슨의 시합부터 보여줍니다.
근성없는 도전자가 딕슨의 펀치에 맞아 뻗어버리고 경기가 끝나자 팬들은 야유를 던집니다.
무패 행진을 계속하는 챔피온에게 던져진 야유의 원인은 헤비급 시합의 수준이 너무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뒷담합이나 그런 건 없습니다. 딕슨이 허벌나게 강할 뿐이죠.
그를 상대할 만한 선수가 없으니 시합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것 뿐입니다.(이와 관련해서 딕슨도 갈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편 완전히 노땅이 된 록키 형님은 아담한 집에서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죠.
거북이 밥도 주고, 왕년에 그랬던 것처럼 닭둘기들에게 사탕도 실컷 던져 줍니다. 턱걸이도 해보지만 몇 개 하지 못하지요.

노년의 적적함을 느끼는 록키 형님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발보아')

조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랑하던 아드리안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장성한 자식놈은 사회생활 하느라 바쁩니다.

간간히 어울려 주는 것은 그의 처남 뿐입니다.
그와 함께 아내의 묘를 돌아보고, 청춘 시절에 거닐었던 거리를 순례하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죠. 함께 했던 사람들은 가고, 그들과 거닐었던 거리는 변화 해 버리거나 재개발이란 이름하에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서글픈 현실이었죠.
제 아무리 필라델피아 시민의 사랑을 받는 왕년의 스포츠 영웅에, 소소하게 성공한 레스토랑 사장님이지만,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추억을 더듬고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딱하기만 합니다.

한편 다 큰 아들넘은 아버지의 무게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챔프의 아들'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겁게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그의 시합을 추억할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일부러 아버지를 외면하는 아들의 태도에 록키는 실의에 빠지고 말지요.

왕년의 챔프의 심정도 모르고, 방송국에서는 시대를 주름잡은 챔피온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상 시합을 벌입니다.
록키도 봤고, 딕슨도 봤습니다. 록키의 마음엔 불이 붙었고, 딕슨은 자존심을 심하게 상하고 말았지요.

자식 새퀴 키워봐야 다 헛고생일세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발보아')

뭔가 변화가 있어야 했습니다.
마음 속에서 울부짖는 뭔가를 토해내야 했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선택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추억을 쌓아온 링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죠.

그는 결심을 굳힙니다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지요.
권투 협회에서는 선수 재등록을 하는 록키를 말리려 애 씁니다.(자칫하면 링에서 송장 치워야 하니까...)
그들 뿐만 아니라 처남도, 아들도 다들 무모한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죠.
결국 록키는 끝내 쌓인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한편 세계챔피온 딕슨은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처음 권투를 가르쳐 준 스승을 찾아가지요.
스승은 말합니다.

"넌 내 곁을 떠나며 부와 명성을 얻었지. 하지만 채우지 못한 게 있어. 그건 바로 긍지라는 거다."

과연 긍지를 가질 만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딕슨은 의문을 품습니다.

시점은 다시 록키에게로 넘어갑니다.
현역으로 복귀해서 가볍고 소소한 시합을 하려던 록키에게 에이전트들이 다가옵니다.
그들은 불우이웃돕기를 빙자하여 록키에게 딕슨과 친선전을 제의합니다.
처음엔 거절하려던 록키였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맙니다.

그렇게 시합이 이루어지고, 기자 회견장에서 자존심이 상한 딕슨은 제대로 약이 오르고 말지요.

이것들이 날 악역으로 만드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 발보아')

현역 복귀를 선언한 아버지에게 아들이 달려들 듯이 와서는 따집니다.
록키는 자신의 무게 때문에 삐뚤어진 아들 놈을 다독이며 말합니다.

"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건 아니니? 뭔가 잘못될 때마다 비난할 거리를 찾는 태도는 좋지 않아. 진정한 승리는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며 하나씩 얻어나가는 거야. 계속 전진하면서..."


아들과 화해를 한 록키는 힘찬 음악과 함께 다시 시작합니다.(호랑이 눈깔...의 음악이 더 좋다는 분도 계시지만...)

가슴에 울부짖는 짐승을 품고 다시 앞으로 달린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발보아')


그렇게 피땀 흐르는 재활이 끝나고 라스베가스에서 록키와 딕슨의 시합이 벌어집니다.(환호하는 록키의 올드 팬들...)

사회자가 말하듯이 시합은 Will(의지)와 Skill(기술)의 대결입니다.
록키는 뚝심을 기반으로 한 방을 노리는 권투를 하고, 딕슨은 스피드를 앞세워 폭격을 퍼붓는 권투를 합니다.
당연히 늙은 록키가 불리한 시합이지만, 시합 중 딕슨에게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력이 동등해진 그들인 10회까지 난타전을 벌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승자는...

내 인생 최후의 시합이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록키발보아')
 

스텔론 형님은 이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늙은 나이에 다시 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왕년엔 10시간도 넘게 트레이닝을 했지만, 나이가 나이다 보니(배도 나오시고...) 4시간도 벅찬 수준이었죠.
실제 촬영 도중 스텔론이 실신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영화 만들 때 타이슨이 '내가 상대역을 맡을 자신이 있는데'...라며 제의했지만, 진짜 링에서 송장이 되기 싫었던 스텔론 형님은 이것을 거부했지요.


확실히 영화를 보다보면 록키의 심정=스텔론의 심정이 딱 느껴집니다.
록키발보아를 마지막이라 선언했을 정도로 스텔론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했지만, 결국 그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전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와 세대를 함께한 올드팬들의 심정...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년에 느끼는 마음을 잘 나타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고, 젊은 놈들도 곁에 없고, 추억거리도 부서져가는 시간 속에서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는...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전진해 가야 한다는 말을 스텔론은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록키 시리즈는 유종의 미로 끝나서 참 다행이라 싶습니다.(네셔널리즘에 물든 4탄과 뜬금없는 스트리트파이팅의 5탄은 영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람보4탄 찍고 5탄을 기획중이라는데... 부디 스텔론 형님이 시리즈 초기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되새겨 보셨으면 합니다.(그러니까 되도 않게 맥시코 깽단 잡을 생각 말고 아프간으로 돌아가서 3탄에서 목걸이 준 애녀석과 맞짱을 까라니깐!)

덧글

  • Swim or Sink ™ 2009/12/22 17:41 #

    '굳이' 영화는 안 봐도 되겠군요. ㅋ
  • 초효 2009/12/22 18:36 #

    미리니름이 넘쳐나서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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