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의 비밀 잡담의 장

보리밥을 싫어하는 우리 할아버지

소생은 어릴 때 입이 짧은 고로 반찬투정을 자주했으며, 심지어 새우깡을 반찬삼아 밥을 먹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맛이 어떨까 싶은 분들은 한 번 따라 해 보시고 저를 원망 마십시오.)

하지만 시골 외갓집에 가면 그렇게 없던 밥맛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김치가 어찌 그리 맛있고, 다시마 튀김이나 나물무침 같은 것들도 왜 그리 맛이 좋았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몇몇 분들은 대개 이렇게 말하실 겁니다.

1. 시골은 공기가 좋아 그런거야.
2. 거기다 음식은 물맛이지.
3. 외할머니의 음식내공도 무시 못하는 것이야.


그러나 얼마 전 듣게 된 음식맛의 비밀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모친께서 그 비밀을 말해주셨는데 그 음식맛의 비밀이란...

오마니 : 옛날엔 다들 못 먹고 못 살았잖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해도 군것질도 마음 껏 못했단다.
나 : 그래서요?
오마니 : 너희 외할머니는 단 것을 무척 좋아하신단다. 다락에 사탕하고 설탕 잔뜩 있는 거 봤지? 매번 엄마랑 이모들이 외할머니 드시라고 사다놓은 거야.
나 : 그, 그거랑 음식 맛의 비밀과 무슨 상관이예요?
오마니 : 외할머니는 단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반찬이나 찌개 만드는 데 설탕을 많이 쓰신단다. 밥 할 때도 설탕을 한 숟갈 넣곤 하시지. 외갓집 밥맛이 맛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야.


마, 맛의 비밀이 그거였나!!!
- 이미지 출처 : DC인사이드 야옹이갤러리 -

전에 월광토끼님인가... 이글루에서 누가 말씀하셨는데, 인간은 당분과 기름에 대해서 원초적인 욕구가 있답니다.
당분의 경우는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의 안정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그래서 군대가면 자신도 모르게 콜라나 초코파이를 찾게 되는 거랍니다.)

옛날에 설탕은 몹시 귀했습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감미료는 꿀이었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沙糖은 약재로 사용되는 귀한 것이었지요. 
그런 것은 20세기 초중반만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시절을 사셨던 외할머니는 단것에 대한 욕구가 남다르실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자식들도 장성하고, 더 이상 먹는 거나 군것질 가지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도래하자 그 동안 못 드신 거에 욕심을 내시는 것이죠.

물론 '세X에 이런 X이'같은 TV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드시진 않습니다.
하지만 단 것에 대한 욕구는 강하시기에 김치든, 나물 무침이든, 밥이든 음식을 할 때마다 설탕을 감미료로 매번 사용하시는 겁니다.(밭일 나갈 때 항상 사탕 챙겨가시고...)

외갓집 동네가 공기 좋고, 물도 좋고 외할머니는 음식 솜씨도 뛰어나십니다.
하지만 유독 입맛을 돋구게 했던 비밀은 설탕에 있었습니다.

조금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외할머니가 어리고 젊으셨던 그 힘든 시절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덧글

  • 無碍子 2010/08/26 13:06 #

    연어가 모천의 물맛을 잊지 못하는 것과 같지않겠습니까?

    소생의 모친은 설탕이나 조미료를 쓰지않지만 그 음식은 꿀보다 더 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 초효 2010/08/26 13:25 #

    과연!(근데 소생은 설탕에 농락당했다는...)
  • 8비트 소년 2010/08/27 18:51 #

    맛집의 비결은 미원.....
  • 초효 2010/08/27 21:24 #

    사실 화학 조미료라는 놈은 전시중에 밥맛을 잃은 군인들의 식욕을 돋구기 위해 개발된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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