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인 최초의 농경을 시작하다. └세계사의 장

오랜만에 역사 이야기를 하렵니다.
롱롱 어고 시절의 이야기를 하겠는데요, 대략 구석기 말까지 올라가게 되겠군요.

아시다시피 구석기 시대는 수렵 채집민들의 세상입니다.
지구를 탈탈 털어봤자, 인간이라 할 만한 종족은 1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아종의 인류는 전멸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닮았지만 다른 존재'들은 전설이 되었지요.
- 이미지 출처 : 로도스도 전기 -

네안데르탈이나 에렉투스같은 아종의 인류들이 전멸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 쪽이 더 살아남는 데 유리한 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럽 도처에서 발견되는 동굴 사자나 빌렌도르프 비너스같은 조각들을 보면 이들이 공통적인 문화적 동질성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집단 간에 정보 전달이 활발했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러한 정보가 누적될 수록 지식의 양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아종에게 볼 수 없는 뼈로 된 달력이나 상아에 새겨진 지도 같은 유물도 남겼죠.

구석기시대 덕후들이 하악대었을 피규어(?)
-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anita8827/5 -

특히 달력의 존재는 자세하진 못해도 사계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죠.
이것은 후대 농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초로 농경을 시작한 집단은 메소포타니아의 평야 지대에 살던 신석기인들이라 합니다.
신석기인들이 이 동네에 처음 정착했을 땐 기후도 딱 좋았고, 사방에 먹을 것들 천지였죠.
들판엔 갖가지 과수들이 자라나 있었고, 야생밀들이 우거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먹고사는 짐승들도 우글거렸죠.

오오! 여그가 에덴동산이랑께!
-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jesus93/296 -

계절의 변화를 알고 있던 신석기인들은 부지런히 쏘다니며 식량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딱 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보니 이전까진 먹을 것 찾아 돌아다녔었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어 눌러살게 됩니다. 더구나 주변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야생 곡물은 정착을 부추겼지요. 곡물은 육류에 비해 잘만 보관하면 10년 이상 갔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군데 정착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물론이고 그들이 주로 먹는 식물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먼저 과일의 경우 당연히 크고 맛 좋은 것이 우선이 되었습니다.
신석기인들은 이런 과일을 쳐묵쳐묵 한 뒤에 게으르게도 그 씨앗을 집 근처에 버렸는데, 이 씨앗이 다시 싹이 돋아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지요. 더구나 이런 집 근처 '쓰레기장'에는 신석기인들이 버린 음식쓰레기, 즉 짐승의 뼈나 곡물의 껍질 등 좋은 퇴비가 될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집 근처에 좋은 과수원이 만들어 지게 된 겁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ldevil80/50052306485 -

곡물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원래 야생의 곡물은 이삭이 땅에 잘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땅에 잘 떨어지면 수집하기 쉽지 않았죠.
그래서 신석기인들이 거둬들인 곡물은 대개 이삭이 잘 떨어지지 않는 완고한 놈들이 되었는데, 이렇게 손 쉽게 인간의 손에 낱알을 준 녀석들은 후대 농경시대를 거치며 수없이 개량되게 됩니다.
이 곡물을 수집할 때는 현재 낫과 비슷한 도구를 썼습니다. 국사시간에 '반달돌칼'에 대해 배우셨겠지만, 고대 메소포타니아나 이집트에선 돌낫이 나오기 전에 짐승의 턱뼈로 수확을 했고, 이후 나오는 도구들도 다 턱뼈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집트에선 '턱뼈'를 뜻하는 '마'라는 말에 '낫'이라는 의미로 들어 있다고 합니다.

가장 괴물같이 개량된 건 바로 옥수수입니다.
이놈은 인간의 손을 빌려 껍질을 까고 알곡을 빼서 뿌리지 않으면 번식이 힘들게 되었죠.
- 이미지 출처 : http://citrain64.blog.me/100124036787 -

아무튼 신석기인들인 좋은 땅에서 잘 먹고 잘 사시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돌아다닐 때는 하루 한끼가 고작이었습니다만, 정착 채집을 하게 된 후론 먹는 양도 늘었고, 그것도 어느 하나에 편중되지 않고 과일과 곡물, 고기 등을 아주 골고루 먹었습니다. 발견되는 유골들의 상태가 양호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유물들도 이전에 비해선 꽤 정교해지고 거창해졌는데,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자연은 인간을 먹여 살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식충이들의 숫자가 불어나고, 메소포타니아의 기후가 건조해질 쯤, 이들이 누리던 낙원에도 변화가 옵니다.
사람들은 물을 찾아 새로운 땅으로 떠났고, 도착한 그곳에는 자신들을 배불려주던 야생밀이 없었습니다.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되자, 신석기인들은 갖고 있던 곡물을 소중히 보관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떨어진 이삭(줍지 않았던...)에서 또 싹이 터서 곡물이 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던 몇몇이 땅에 곡물을 묻어보았고, 이것은 몇 달 후 대박의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많은 곡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지요.

신(자연)이 안 주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 묵으면 된당께.
- 이미지 출처 : http://bburi97.blog.me/10090276741 -

이렇게 시작한 농업은 번성했습니다. 이전보다 많은 곡물을 생산할 수 있었고, 인구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그것은 수렵 채집 시절과 다르게 고된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이 시절 신석기인들의 어깨와 무릎 뼈가 많이 마모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농사 짓는다고 고생했다는 것을 뜻하죠.

과거 풍요로운 들판에서 마음껏 노니며 먹을 것을 구해먹던 일은 그야 말로 '신화'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죠.
그 낙원은 이미 자신들의 손에 의해 사라졌고, 농경 사회를 통해야 불어난 인구를 부양하고, 또 식량을 약탈하려는 적대적인 부족으로 부터 지킬 힘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후퇴를 할 수 없었던 인간은 전진을 거듭한 끝에 공업사회를 열었고, 상업과 각종 서비스 산업과 첨단 산업을 육성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렀습니다.

덧글

  • 라면사리 2011/03/19 13:28 #

    주인장 께서도 읽어보셨을꺼 같은데 총, 균, 쇠라는 책에 저런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나군요.
  • 초효 2011/03/19 14:07 #

    다큐로 보니 더 재밌더군요.
  • 까마귀옹 2011/03/19 20:33 #

    1. 말씀하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 대해선 실제로 주술적 용도와 함께 '원시인들의 덕질' 용도로 쓰여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물론 오덕페이x같이 부x케 짓은 하지 않...았겠죠.(먼산)

    2.현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최초의 농경지라는 말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농사를 짓기 힘든, 반쯤 사막이 되버린 곳이지요..수천년간 이루어진 관개 농업으로 인해 지력이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버린데다, 몽골의 침입 등으로 인해서 관개 시설들이 x망 상태로 빠졌거든요...

    3. 곡식 말고도 각종 가축류도 품종 개량 및 분화가 많이 이루어졌지요. 성격이 온순해지고, 보다 빨리 살이 찌고 젖이 많이 나고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등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예가 바로 '개' 인것 같습니다. 초기 늑대들과 비교하면 현재 개의 품종 분화는 정말 너무나 다양해요. 지구의 생물에 대한 유전적 지식이 없는 외부 존재가 이를 보면 과연 같은 종으로 보기나 할지 궁금할 정도이죠.
  • 초효 2011/03/19 22:50 #

    1. 꽤 분포도가 넓습니다. 독일에서 우랄산맥 서쪽 러시아까지 있으니까.

    2. 거기다 도시건설한다며 나무 잘라다 벽돌 굽고...

    3. 개가 어떻게 인간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냐는 다큐를 봤는데 개그 그 자체던..--;;;
    열심히 늑대가 사슴을 쫓고 있는데 인간 사냥군이 창 던져서 퍽...
    웬지 억울한 마음에 늑대는 사냥꾼을 쫓아가고, 귀찮았던 사냥꾼은 내장 몇 조각 던져주고...
    이 짓이 반복되다 보니 늑대는 '아, 이 녀석에게 빌 붙는게 편하겠군'...이라 생각하고 같이 사는..;;
  • 만슈타인 2011/03/20 06:35 #

    유혈사태 옥수수!!
  • 초효 2011/03/20 11:20 #

    순순히 금을 내놓지 않으면...
  • 개발부장 2011/03/20 07:42 #

    낙원 시대에는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 이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제 <새벽 3시의 무법지대>를 봤...T_T
  • 초효 2011/03/20 11:21 #

    마감때 철야를 하는 저로선...
  • 뚱뚜둥 2011/03/22 15:03 #

    "새벽 3시의 무법지대"를 보니 참 공감이 가더군요.
    저도 납품때가 되면 3시까지는 아니어도 1~2시까지는 일하게 됩니다. (일요일이 없다는 점에서 더 힘들려나-_-;;)

    초효님이 표현하신 낙원의 신화는 초효님의 상상입니까? 아니면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까?
  • 초효 2011/03/22 15:11 #

    정착 채집 생활이 그랬다니, 은근히 에덴 동산 생각이 났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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