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왔시요] 제 1 편. 도리아의 강습 └세계사의 장

중국 역사를 보면 숱하게 북방 유목민족들에게 침략받은 기록이 나옵니다.
특히 흉노와 선비, 돌궐과 거란, 몽골과 여진등은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사에서도 그 족적을 아주 뚜렷하게 남겼습니다.
이러한 북방 민족의 남하와 침입은 기후나 국제적인 정세 변화와 관련이 있는데, 이것은 단지 동아시아의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북쪽의 야만족'에게 발리는 역사는 중근동이나 유럽의 역사에도 있었던 일입니다.
이번에는 유럽의 역사를 뒤집어 놓은 이 북방 민족들에 대한 소개를 차례대로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BC 1200년 청동기 문명 대파멸을 야기한 도리아 인의 강습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 1 편. 도리아의 강습

스파르타인들의 조상이 되는 도리아 인들은 원래 도나우 강 유역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그리스 민족의 한 일파로 서방방언을 쓰는 무리들이었는데, 동방방언을 쓰는 무리들(아카이아)이 BC 2000년에 따스한 남쪽 나라(...)로 남하하여 정주할 때도 계속 고향에 머물러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힛타이트에서 철기 기술을 수입했다고 하는데, 청동의 제련과 거래가 활발했던 지중해 지역과 떨어진 덕분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철기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그렇게 많이 다루다 보니 기술적인 진보도 이루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지만 초기 철기는 청동기랑 성능차이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리는 그리 흔한 광물이 아니었습니다. 철기의 발전은 필연적이었는지도...
-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

이들이 평화롭게(?) 고향에서 살고 있을 무렵, BC 1200년 경에 지구 기후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저술한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를 보면 이 시기 중근동과 유럽에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가뭄이 방대한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요새도 온난화로 인한 가뭄은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pmsil.blog.me/20087512764 -

이렇게 농사가 작살나자, 자연히 '옆동네를 털자'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데, 이건 사실 도리아 인들이 먼저  생각한 게 아니었습니다.
도리아 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보다 깊숙한 곳에 일리리아 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먼저 도리아 인들을 털면서 압박했고, 견디다 못한 도리아 인들은 남하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것이 한 두 부족이 아니라 수백수천 단위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들은 달마치아와 알바니아 방면을 통해 그리스로 침입하였고, 미노스를 쳐바르고 그리스 세계에서 대빵으로 군림하던 미케네를 침공합니다.(통설에 따르면 도리아인들이 미케네를 작살냈다고 하는데, 도리아 강습 이후에 미케네가 멸망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제 따뜻한 남쪽 나라는 우리땅이라능!
- 이미지 출처 : 영화 '300' -

아무튼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장악하고, 배를 타고 크레타, 로도스, 소아시아 방면은 물론 이탈리아와 시칠리아까지 원정을 갔습니다.
근데 이렇게 도리아 인이 남하하면서 지중해 지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원래 이 지중해 지역은 오래 전부터 교역이 활발하였습니다. 특히 당시 문명에 있어 중요한 구리와 주석의 거래가 활발하였지요.
근데 이렇게 교역이 활발하다보면 상인의 삥을 뜯으려는 놈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 대표적인 놈들이 해적들로, 상당히 골치아픈 존재들이었지요.

하지만 이 해적들도 원래부터 해적은 아니었습니다. 후대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보면, 교역에 있어 후발주자로 참여하여 낄 자리가 없으니 해적질로 부를 축적하고 해양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영국이지요.

나라에서 해적질을 장려하기도 하고 면허증까지 줬다는...
- 이미지 출처 : 영화 '골든 에이지' -

BC 1200년 당시에도 이렇게 후발주자였던 민족들이 있었습니다. 페니키아를 비롯해 후대에 '해양민족'이라 일컬어진 이들이 원래 활동하던 지역은 흑해 지역이었습니다.

히타이트와 이집트, 미노스 등 당시 강국들이 지중해 교역의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미노스는 엄청난 함대를 보유하며 당시 바다를 제패하고 해상민족들을 제압하고 견제하면서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었죠.(제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보스보로스 해협을 아주 철저하게 차단하고 검문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미노스의 강력한 함대는 화산폭발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날아갑니다. 거기다 얼마 후 호시탐탐 지중해 지역 패권을 노리고 있던 미케네가 침략하면서 미노스는 몰락하였고, 소아시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미케네는 새로운 해양의 패자가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케네의 리즈 시절을 가장 잘 서술한 기록이 일리어드였는지 모릅니다.
- 이미지 출처 : 영화 '트로이' -

그런데 도리아 인들이 와서 미케네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습니다.
미노스를 무너트리고, 소아시아로 진출했던 미케네가 털리자, 해양민족들은 더 이상 자기네를 견제할 놈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죠. 드디어 해양민족들은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더구나 이들이 살던 지역도 가뭄으로 초토화된 상황이라, 다들 먹을 것 많고 살만한 지역으로 이주하기 위해 가족과 재산을 배에  싣고 남쪽으로 대대적인 러쉬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를 본 것은 히타이트나 이집트, 미케네 등이었음을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들도 가뭄으로 상당히 국력이 약화되어 있던 참이었습니다. 더구나 이전까지는 이런 식의 대대적인 해상침입을 받아보지도 못했지요.

어떤 역사를 봐도 국력이 약화되면 국내외로 도적이 횡행합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praetorians/3248 - 

BC 1200년 경의 지중해 청동기 문명의 멸망은 상당히 쇼킹한 수준입니다.
바다와 근접한 지역들은 모두 철저히 약탈되고 불태워졌으며, 사람들은 침략자들을 피해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그리스 지역은 거의 원시시대 수준으로 공동체가 분열되었고, 히타이트 제국은 불길 속에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집트는 살아남았지만, 결국 중동의 내륙에서 힘을 키워가던 아시리아에 정복되고 말았죠.
이렇게 초토화 된 지중해 지역에 다시 볼만한 문명이 꽃을 피는데는 약 400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해양민족이 야기한 문명의 파괴와 몰락은 이후에 등장한 정복자들과 비교해도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이게 단지 해양민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분명 도리아 인이나 그들로 인해 각국의 국력이 쇠락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로 인한 통치력의 약화로 문명의 건설에 필요한 노예들이나 하층민들이 도망가거나, 폭동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짙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도리아에 쳐발린 미케네 인들이 바다로 나와 한딱가리 했을 가능성도 농후해 보입니다.

모세 : 순순히 해방시켜주지 않으면 유혈사태, 아니 신의 저주가 있을 겁니다.
파라오 : 아놔, 바다놈들만 아니면 니들은 그냥...
- 이미지 출처 : 영화 '십계' -

아무튼 이렇게 청동기 문명이 몰락하고, 새로 철기의 시대가 열리면서 지중해의 바다는 해양민족들의 것이 되었고, 유럽과 중근동의 국가들은 여러모로 개편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수백년의 세월을 흥망성쇠하며 북방 야만족 침입 쇼크를 잊어갔지요.

하지만 도리아인 강습이 벌어지고 800년 후인 기원전 4세기, 또다시 유럽 역사에 북방의 침략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바로 켈트, 혹은 켈타이라고 불리는 민족이었습니다. 

<계속...>

덧글

  • 앨런비 2011/07/12 12:15 #

    바다의 민족설은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다르네요. 남은 사료(?)랍시고 있는 것이 이집트와 바다의 민족과의 싸움을 나타낸 유적정도인데, 이게 팔레스타인을 공격했으면서 방어한 것인양 한 것이 아니냐, 그런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오히려 청동기 문명의 몰락은 복합적인 것으로 보고 있고요; 환경변화, 민족이동 등의 상호작용으로. 도리스인 문제의 경우 요즘은 도리스인의 침공을 미케네 문명의 결정적인 몰락원인인가도 의문을 가지는 듯 하고.
  • 초효 2011/07/12 12:29 #

    엘렉트라 콤플렉스 같은 이야기로 미뤄보면 국력에 맞지 않는 대외공략으로 인해 내부에 문제가 생겨 망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검투사 2011/07/12 12:55 #

    고마쓰 사쿄 선생의 명작 <일본침몰>에서도 일본이 "대지진과 화산 폭발로" 사라지면 소련이 쳐내려올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료들이 걱정하는 게 나오죠. 미노스 함대가 화산 폭발로 궤멸한 모양새가 딱 그거네요. 0ㅅ0/
  • 초효 2011/07/12 12:59 #

    이젠 아마도 중국이...
  • 아빠늑대 2011/07/12 13:36 #

    환란이 일어났을 때 똘똘 뭉쳐 아무 사고도 안치는 나라가 있다면 얼른 그쪽으로 가야죠... 지상낙원인데... 크크크.
  • 초효 2011/07/12 14:08 #

    그래서 저런 일들은 현재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요.
  • 까마귀옹 2011/07/12 13:55 #

    1. 아마 내용을 미리 알고 쓰셨겠지만, 실제로 '스빠르따아아~!'는 도리아 족의 후손으로 추정되고 있지요. 그래서 그 꼴(?)인감..
    2. 본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출애굽기'의 내용도 당시 이스라엘 등 이민족들의 반란과 침공, 그리고 여러 재난 등으로 헬게이트 오픈 5분전에 빠진 이집트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 있지요.
    3.앞도적인 국력을 기반으로 통치를 해오던 특정 세력이 일순간에 사라지면 '군웅할거'의 시대로 바뀌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대에 있어서 그 결정판이 로마 제국의 붕괴이지요.
  • 초효 2011/07/12 14:11 #

    1. 자칭 헤라클레스의 후예라죠.

    2. 신의 재앙이라는게 다 어떤 사건들의 은유적 표현이겠죠.

    3. 안 그래도 로마는 3편 쯤에 다룰 생각입니다.
  • 2011/07/12 14: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효 2011/07/12 14:12 #

    호오, 그런 일들도...
  • 無碍子 2011/07/12 21:12 #

    .(...라고 하지만 초기 철기는 청동기랑 성능차이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대의 강철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청동이 상당히 강합니다. 비싸다는 게 흠이지 재료로서의 특성은 좋습니다.
  • 초효 2011/07/13 08:20 #

    청동은 제련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나와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리스쪽 기록을 보면 청동 다루는 야장들은 서른 살도 못 살았다고...
  • DreamersFleet 2011/07/13 02:16 #

    그리스 고전시대에도 삼대방언이 이오니아, 아르카디아, 도리아 방언이라든가 그랬다던 것 같네요. 아르카디아는 도리아인들이 펠로폰네소스로 들어오면서 산악지대로 밀어낸 것이 맞지만 아티카 등은 여전히 이오니아 방언을 썼다고 하지요. 도리아인들이 남하했지만 그 영향은 펠로폰네소스정도에 국한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 이 때 일들은 워낙 복잡해서--;
  • 초효 2011/07/13 08:21 #

    생각보다 많이 복잡한 듯 합니다.
  • 감자부침개 2011/07/13 07:05 #

    한국사에서 초기철기시대라는 시대를 설정하는데, "철기가 청동기보다도 성능이 후져서 무기는 여전히 청동기를 쓰고 철기는 농기구나 기타 잡템으로나 쓰는 시대"라더군요.
  • 초효 2011/07/13 08:22 #

    현장에서 발굴하시는 분에게 슬쩍 들었는데, 청동기 유물 지층 아래에서 철기가 나와서 황당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 만슈타인 2011/07/15 10:53 #

    구리는 구리다 (응?) =3=3=3=3=3=3=3
  • 초효 2011/07/15 10:59 #

    철은 철이 들어야...
  • 뚱뚜둥 2011/07/15 14:35 #

    .(...라고 하지만 초기 철기는 청동기랑 성능차이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자중에 정금(正金)과 악금(惡金)이 있습니다. 아무려면 정금(청동)이 악금(초기 철기)보다야 훨씬 더 좋았겠지요.
  • 초효 2011/07/15 17:52 #

    초기부터 제련 기술이 크게 발전한 건 아니니 철에 불순물이 많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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