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올리는 한국VS쿠웨이트 감평 축구의 장

1. 전반전에 우리나라의 플레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 최효진 선수의 말에 따르면 우리 선수들의 부담감이 컸다고 합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이 부담감을 안겨준 쿠웨이트 최고의 공훈자는 바로 전임 감독이라는 양반이고 단두대 매치라고 호들갑을 떤 언론과 저같이 입만 산 팬들의 책임도 없지 않을 겁니다.

2. 쿠웨이트는 두달여의 전훈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거기다 시즌 중이라는 장점까지 더 했으니 정신적인 압박이 있었던 우리 선수들은 여러모로 힘들었던 경기였습니다.

3. 봉동이장께선 쿠웨이트가 그래도 전력이 우리보다 낮기 때문에 두꺼운 수비에 롱패스를 이용한 역습으로 나올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쿠웨이트는 장담한 대로 맞불을 놓으며 패싱 축구를 했습니다. 이런 예상 밖의 플레이에 우리 선수들은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4. 김두현 선수의 플레이가 좋지 않았는데, 쿠웨이트가 예상밖의 플레이를 하기도 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자리가 낯설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김두현 선수는 공미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5. 쿠웨이트는 우리나라 전력을 꽤 파악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어제 경기 쿠웨이트의 중거리슛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키퍼로 나온 것이 정성룡 선수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성룡 선수는 리그에서도 너무 전진 수비를 하지 않냐는 지적을 받아오던 선수였고, 어제 실제로 그점을 노린 쿠웨이트의 위험한 슛들이 많았습니다.(쿠웨이트의 중거리슛 남발을 유도하기 위해 정성룡 선수를 출전시켰다면 이장님의 선택은 그야 말로 신의 한수.)

6. 어제 경기의 첫번째 분수령은 전반 초반에 쿠웨이트가 얻을 뻔 했던 패널티킥입니다. 최효진 선수가 들어가는 게 조금만 늦거나, 쿠웨이트 선수의 액션이 적절한 수준이거나, 심판이 중동 사람이었으면 경기 제대로 꼬일 뻔 했습니다.

7. 어제 경기의 두번째 분수령은 후반 2분의 쿠웨이트의 중거리 슛입니다. 크로스바를 맞았지요. 골대 맞으면 못 이긴다는 징크스가 쿠웨이트 선수들의 머리에 떠올랐을 지도 모릅니다. 그 골 들어갔다면 우린 최악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겁니다.

8. 후반 20분이 될때까지 쿠웨이트의 공세가 엄청났습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대의 위기'라는 리플도 포털에 올라오곤 했습니다. 다들 심장이 쫄깃해진 시간이었지요.

9. 쿠웨이트가 전훈+시즌중+배수의진 버프효과로 맞불 공세로 나왔지만, 체력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제 쿠웨이트는 패싱축구와 전방 압박으로 우리나라를 상대했는데, 이 두 플레이는 '엄청난 체력을 소비'합니다. 유럽 리그에서 패스 좀 한다는 팀들의 선수층은 두꺼운데 패싱 축구가 단순히 패스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꽤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쿼드가 두꺼워야 한 해를 버틸 수 있습니다.
전임감독 시절에 우리 선수들이 후반에 헐떡이던 이유도 전임이 패싱을 강조하면서 체력 안배에는 신경을 안쓴 탓입니다.(전부 선수 탓으로 돌렸죠.)

10. 예상밖의 쿠웨이트의 플레이에 봉동이장께서 당황한 모양이지만,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쟤들 60분이 되면 발이 느려질 거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패싱 압박 축구의 단점을 꿰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결국 이동국 선수의 선제골이 터졌고, 6분 후에 이근호 선수의 추가골이 터집니다.

11. 어제 일본 심판은 홈어드벤티지를 많이 적용시켜 줬습니다. 이 양반 예전부터 지한파였다고 하는데, 굳이 지한파가 아니더라도 어제 한국편을 들어주고 싶었을 겁니다. 민감한 경기인데... 당연히 살아서 집에 가고 싶겠지요.

12. 여전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단두대 매치라는 최고의 긴장된 경기를 무사히 승리로 마친 우리 선수들과 이장님께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최종예선에선 부디 팀을 제대로 꾸려서 경기에 임할 수 있기를...


PS. 어제 3차예전 최종경기에서 최고 불쌍한 팀은 바레인입니다. 인도네시아에 8점차로 이기고, 이란이 카타르 잡아주면 최종예선 진출할 수 있어서 인도네시아를 10:0으로 이겼습니다. 그러나 카타르는 이란과 비겨버렸지요.(안습)

덧글

  • 셔먼 2012/03/01 18:59 #

    어제 동생이 경기를 보면서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대는 바람에 제대로 시청하지를 못했습니다.;;
  • 초효 2012/03/01 19:03 #

    소릴 지를 만한 경기였죠.
  • 소닉 2012/03/01 20:44 #

    기성용 투입과 김신욱 투입이 신의 두수...
    기성용 투입하면서 중원을 가져오고
    김신욱 투입하면서 이동국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면서 결국 이동국의 선제골.ㅋ
    1박 2일 콤비가 제대로 해냈어욧!!ㅋ
    이제 쌍용은 무도 콤비가 되면 좋겠다잉.ㅋ
  • 초효 2012/03/01 22:59 #

    어제는 울산표 철퇴의 품질이 괜찮더군요.
  • 키팅 2012/03/01 21:32 #

    더군다나 카타르가 후반 막판에 동점골을 넣은 것 같더군요...바레인으로선 정말 괴로운 순간이었을 듯...
  • 초효 2012/03/01 22:59 #

    떨어진 것도 아까워 죽을 판에 FIFA에서는 비상식적인 스코어가 나왔다고 감사들어간답니다.
  • 홍차도둑 2012/03/02 00:03 #

    심판 판정의 도움을 무지 많이 받은 경기였지요.

    쿠웨이트야 뭐 한국의 전력을 다 꿰찰 수 밖에 없어요. 정보원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이것을 매국행위로 볼수도 없다는 것이 또다른 아이러니.

    뭐 보면서 2월18일에 본 포항vs촌부리 경기가 떠올랐습니다. 혹시나지만 역시나.
    전임감독의 말이 맞는 부분도 꽤 되었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겠지만. 그것까지 생각한 분들은 별루 없었겟지요.
  • 초효 2012/03/02 00:50 #

    맞는 소릴 해도 선수 사기 다 죽여놓고 대표팀 분위기 흉흉하게 해 놓은 것을 실드 칠 순 없습니다.
  • 홍차도둑 2012/03/02 09:29 #

    네 그럼 초효님께서는 히딩크와 아나톨리 비쇼베츠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하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둘 다 똑같이 선수 사기 많이 죽여놓고 대표팀 분위기 흉흉하게 한 것이 부임 초기였습니다. 나중에 성적 잘 나와서 다 묻혀졌지만요.
  • 초효 2012/03/02 09:36 #

    아틀랜타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성적이 1승 1무 1패였지요. 당시 맴버를 생각하면 성적 잘 나왔다고 말하긴 그렇네요.(특히 탈락 확정인 이탈리아에게 비기고 있다가 한골 더 먹고 진 걸 생각하면...)
  • 홍차도둑 2012/03/02 09:54 #

    아틀란타 올림픽 멤버 때 비쇼베츠가 존나 비난 받은 것은 당시 한국축구의 '통념'과는 다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서 쓰고 수비 위주로 전술 짜고 기존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맞지 않다'하면서 내치고 당시 잘 나가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선수로서 정신 자세가 안되었다'라면서 기 팍팍 죽이고, '내가 슈퍼맨도 아니고...어째 선수들이 프로팀 선수들 제외하곤 훈련 마치고 돌아가면 다시 퇴보해있고...소속팀 돌려보냈다가 다시 소집하면 다시 첨부터 훈련시켜야 한다. 이게 뭐냐?'
    라고 했지요. 팀 분위끼요? 당시 선발되었던 제 직속후배가 '이런 대표팀이라면 더 있고 싶지 않아요'하면서 지가 알아서 더 선발되기 싫다고 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당시 한국축구 통념상 아틀란타 올림픽은 그야말로 '반역적인 팀'이었습니다. 1승도 못할 거라면서 비웃던 당시의 '전문가들'을 뒤집어 버린게 당시 대표팀의 경기력이었지요.

    히딩크 때에도 저는 2001년 8월에 대표팀의 유럽 전훈때 네덜란드에서 히딩크와 직접 독대하고 했을 때에도 히딩크도 비슷한 말 하면서 선수들 아직도 멀었다고 혹평하고 대표팀 분위기가 아주 흉흉했습니다. 절 아는 선수들도 절 피하고 팀 닥터도 '여기 이렇게 오심 안돼요 큰일나요' 할 정도로 난리부르스 치고 그랬습니다. 팀 분위기 완전 1년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훈련장(둘 다 네덜란드에 캠프 차렸지요)하고 비교했을 때 풀 죽고 완전 흉흉해서 깜놀랐었습니다.
    그정도로 대표팀 분위기 흉흉하게 한 것이 히딩크라면 믿으시겠습니까?
  • 초효 2012/03/02 10:06 #

    2001년 8월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체코에게 5:0으로 떡이 되도록 맞았을 쯤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때 대표팀 분위기 정말 나빴죠.

    히딩크 짤라야 한다고 사방에서 들끓었었고, 히딩크 본인도 때려쳐 버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자서전에 나오더군요.) 그러나 이후 대표팀이 재소집되고, 분위기가 싸한 와중에서 우리 선수들이 별 불평없이 지시대로 하는 것을 보고 히딩크도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내가 생각을 고쳐야 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지요.

    이후 히딩크가 선수 선발에 있어 키 크고 체격 좋고 경험 많은 선수들만 뽑던 것에서 벗어나 이천수 최태욱같이 발빠르고 젊고 패기있는 신예들을 발탁했던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졌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지요.(...하지만 이 양반이 월드컵 직전에 심재원 선수에게 했던 짓은 정말 용서가 안 되죠.)
  • 초효 2012/03/02 10:12 #

    비쇼배츠의 경우도 툴롱 대회 출전 때 문제가 일어나고, 여러가지 잡음이 일었지만, 정작 아틀랜타에 갔을 때는 선수단 분위기 살리려고 애를 썼던 것으로 압니다. 뭐 그러니까 1승이라도 건진 것일 테지만...

    무재배 감독도 국대 감독 다시 되고 나니 선수들이 '아놔 끝났구나'...생각할 정도로 암담했다지만, 2000년 시절과 지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져 놀랐다는 말이 있지요.

    고집을 부려도 될 것과 안될 것... 또 어느 시점에서 강행해야 할 것이나 말아야 할 것을 잘 선택하는 것에 따라 후대에 명장인지 패장인지 결정나는 것 같습니다.(전임의 가장 큰 실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
  • 홍차도둑 2012/03/02 10:55 #

    8월 네덜란드 전훈때 그나마 절 맞아준건 이천수 선수였습니다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비쇼베츠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선수 기용변화를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이야기 하신 부분이 같은 궤적을 걷는게 좀 있긴 하니까요.

    당시 네덜란드 전훈 이후가 바로 그 체코에게 5:0 났습니다. 발바이크하고 평가전을 제가 직접 관전했는데...그 이후가 체코전이었지요.
    이미 체코전 이전에 대표팀 분위기가 존나 흉흉했었습니다.

    히딩크 자서전만 보시면 좀 곤란한게, 그런 부분은 미화된게 좀 되지요.
    지금과 그때가 다른 것은 언론담당관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언론통제가 좀 되었으니까요.
    아까 말한 대표팀의 닥터가 절 보자 '여기 오심 안돼요!' 했던 것도 그분은 절 기자로 기억하고 계셨거든요.(실제로 그땐 한국일보에서 일하꼬 있었고...)
    언론 통제되서 전달 안된 부분이 많아서 모르고 계시는 거지요.

    그때의 분위기? 조광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습니다.
    히딩크가 당시 국내파 그냥 깐 정도가 아니라 존나 깠었어요.
  • 홍차도둑 2012/03/02 11:03 #

    일하면서 답글을 쓰다보니 두번째 답글을 첫번재 답글 작성 한 뒤에야 봤습니다.

    맨 뒤의 문단인 바궈야 할 때의 타이밍 건에 대해선 전 동의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기술위원회라던가. 그런쪽이 적절한 조언을 못했다는 부분과 그렇게 바꿀 기회에 대한 부분 등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가금가다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조광래는...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보니..." 라는게 요즘의 제 푸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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