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가 원했던 연장은? └국사의 장

석탄일을 맞아 쓰는 원효 이야기

아빠늑대님께서 원효대사 일화를 소개하셔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 썰어볼까 합니다.
고등학교 다닐때 국사선생님이 이런 기습적인 질문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원효대사 성씨가 뭔지 아는 사람?"

다들 우물쭈물하다가 누군가 손을 들고 '설씨'라고 했습니다. 아들인 설총이 설씨니까 아빠인 원효대사도 설씨일 것이다라는 게 그 친구의 추측이었습니다.
실제 원효대사의 속명은 '설사례'였다고 합니다.

비범하신 배우의 존안
- 출처 : 구글 - 

원효대사 일화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아빠늑대님께서 언급하신 '해골물 이야기'고 또 하나는 '설총 탄생 설화'입니다.

후자의 경우, 원효대사가 당시 금성(경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누가 나에게 자루 빠진 도끼를 줄 것인가? 내 그 도끼로 하늘을 받칠 기둥을 지을 텐데!'라고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아무도 그 노래의 의미를 알지 못했는데 실은 알아도 말하기 거시기해서 말 안 했을 듯... 무열왕이 '아, 자기한테 여자를 주면 뛰어는 인재를 낳게 하겠구나!'라고 해석해서 과부가 된 자기 딸인 요석공주와 맺어주어 설총이 태어났다는 게 롱롱 어고 시절로 부터 이어내려오는 야사입니다.

도끼라는 게 여성의 특정부위(...)를 가르키는 것이고, 삼국시대, 특히 신라에는 거시기한 19금 이야기들이 꽤 많았기에 무열왕도 후대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석했던 모양입니다만...

사실 말이죠, 원효대사가 지칭한 도끼는 단순히 여자가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도끼는 고대에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옛날에 임금이 전장에 나가는 장수에게 부월이라는 도끼를 주며 군권을 맡겼다고 하죠.
문제는 저건 부월이라기 보다 겟타토마호크 같다는...
- 출처 : KBS '정도전' -

임금을 뜻하는 王자도 실은 도끼를 형상화 한 문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도끼를 권위의 상징물로 삼은 건 비단 동아시아 뿐만이 아닙니다. 일찌기 문명을 이룬 이집트나, 신대륙 문명인 잉카에서도 도끼를 권위의 상징으로 삼았고, 게르만족들도 성인만 가질 수 있는 전사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간지 로마의 경우도 집정관의 상징은 '파스케스'라는 저 도끼였다고 하죠.
- 출처 : 구글 -

이렇게 고대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도끼를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여겼던 건 도끼가 창과 더불어 인류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주먹도끼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창보다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고, 둔기로서 막강한 위력과 다재다능한 쓰임새는 인류에게 '도끼=만능=Power'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테지요.

아무튼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원효대사가 말한 자루빠진 도끼는 단순히 여자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을 겁니다.
네, 한 마디로 '권력', 즉 주인없는 권좌를 원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겁니다.
과부인 요석공주와 맺어져 자연스럽게 왕의 사위까지 된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추정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특히 신라가 박,석,김의 세 성씨들이 번갈아서 왕을 해먹었던 나라였던 데다가 사위가 왕이 되고, 또 장인이 왕에 준하는 신분으로 정치에 훈수를 둬도 되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원효대사가 권좌에 올라 불교를 기반으로 한 튼튼한 국가를 만들거나 그 국가를 이끌어 갈 후계자를 만들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기도 합니다.

삼국시대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난세였습니다.
- 출처 : KBS '대왕의 꿈' -

당시 불교는 현세에서 복을 비는 구복신앙이었습니다. 그만큼 난세였음을 의미하는데, 원효대사는 정토종을 설파했습니다.
정토종은 아미타불만 외쳐도 극락왕생하고 내세에 구원을 얻는다는 것인데, 이러한 정토 신앙과 내세 구원의 미륵 신앙을 기반으로 후대의 난세에 나타난 인물이 있습니다.

오홈~마니~ 반메흠~
- 출처 : KBS '태조 왕건' -

궁예는 후삼국의 난세에서 종교를 토대로한 이상국가를 세워 난세를 평정하려 했었습니다.
스스로 칼을 들었고, 나라를 세워 권좌에 오른 점은 사상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던 원효대사와 다른 점이었지요.
물론 그의 꿈은 실패했고, 원효대사와 달리 후대에 요승이나 폐주의 이미지로 남게 됩니다.

아무튼 원효대사의 참뜻이야 알 수 없지만, 그는 단순한 승려가 아니라 당시 난세를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이상가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의 계율에 얾매이지 않고, 민중을 대상으로 설법을 이어나갔던 점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덧글

  • 피그말리온 2014/05/07 15:57 #

    확실히 도끼를 권력으로 생각하면 재밌는 가설들이 많이 나오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원효가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을거라 보는 쪽인지라...
  • 초효 2014/05/07 17:48 #

    그럴지도요.
  • 유독성푸딩 2014/05/07 18:14 #

    자루없는 도끼가 바로 여성을 상징하고, 그 도끼에 끼울 자루=원효=좆(..)이 바로 고대신화부터 내재된 세계수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죠. 원효와 설총 부자가 신라 중대 왕권의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것을 보면 참 흥미진진한 사람입니다.
  • 초효 2014/05/07 20:45 #

    불교와 유교를 쌈싸먹는 부자의 위엄.
  • 살벌한 아기백곰 2014/05/07 19:08 #

    사족이지만 로마 왼쪽 아저씨 자동소총 들고있는줄(...)
  • 애쉬 2014/05/07 19:17 #

    짧은 투니카에 토가도 걸치지 않았으니(망토 정도겠지요? 토가가 아니라)....성년이 아니겠습니다. 아저씨 취소해주세요 ㅋㅋㅋ

    현대전에도 백병전이 자주 일어난다면 탄창의 끝을 도끼날로 만든 저런(!) 소총이 유리할 법 합니다. ㅋㅋㅋ
  • 초효 2014/05/07 20:46 #

    살벌한 아기백곰 님 // 언듯 보기에 그런 듯하기도...

    애쉬 님 // 은영전에서는 그래서 도끼를 씁니다.(응?)
  • 도연초 2014/05/09 11:52 #

    실제로 화승총쏘던 16세기경에 도끼날을 착검한 플린트락, 윌락이 있는걸보면(...)
  • 애쉬 2014/05/07 19:14 #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보태자면... 로마의 권력을 상징하는 파스케스는 12개를 묶어세운 도끼의 '자루'라고 합니다. 집정관이 행차할 때 행렬의 앞을 장식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합의되어 이양된 권력을 뜻하는 모양이었나봅니다.(공화정 로마) 이 파스케스에서 '파쇼'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고 하네요. (응? 그럼 파쇼는 권위주의 인가?) ㅎ
  • 초효 2014/05/07 20:46 #

    원래 처음엔 좋은 거였지만 나쁘게 오염된 것들이 좀 있죠.
  • 무펜 2014/05/08 03:09 #

    생각해보면 맞는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전제주의와 다르게 '파쇼'는 일반 인민이 자진해서 권력을 건네는 형태이니까요.
  • 플로리몽 2014/05/08 13:48 #

    아주 원효대사 타이틀롤 최무룡씨 눈에서 불이 철철 납니다 그려...
  • 초효 2014/05/08 15:00 #

    광선 나올 기세!
  • virustotal 2014/05/08 17:17 #

    부월지하(斧鉞之下) 라는 말이 그냥 나온건 아니죠

    임금이 신하에게 예도 나 도끼 주는데

    그 도끼이름은 기억이 안남

  • 초효 2014/05/08 20:01 #

    그냥 부월 아닙니까?
  • 도연초 2014/05/09 11:54 #

    원효의 사상(빈부귀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간단한 염불로 성불할수 있음)이 일본에서도 전파되서 정토종, 정토진종, 법화종(일련종)이 탄생한 걸 보면....(사실 중국판 미륵신앙인 백련교도 있었던걸 보면 별 신기한 현상은 아닙니다만)
  • 초효 2014/05/09 14:17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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