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팬픽션 - 세 원수의 만찬(중) └팬픽의 장




광활하게 펼쳐진 별의 대해.

뮈켄베르거 원수는 빌헬미나의 브릿지에 비치는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시절 처음 전함을 타고 원정에 나섰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그건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인간의 생이란 별에게 있어 찰나조차 되지 못할 것이니까.


각하, 곧 오딘에 도착합니다.”

.”


선장의 말에 노 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잠시 후, 빌헬미나는 조용히 오딘 대기권으로 강하했다.

현역 시절 반란군과 싸우고 귀환하면 수많은 함정들이 마중을 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었다.

현재 은하는 로엔그람 왕조의 것이고, 빌헬미나는 더 이상 전함도 아니었으니까.

행성 경비를 맡은 순찰선들이 에스코트 해준 것만 해도 예우라 할 수 있었다.


기착장에 빌헬미나를 내려놓은 뮈켄베르거는 시계를 보았다.

혹시 늦으면 어쩌나 했지만,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무례는 저지르지 않아도 될 듯 했다.

저택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구 은하제국 군무상서 에렌베르크와 통수본부총장을 지냈던 슈타인호프가 찾아왔다.

늘 만나기로 약속한 그 시간에 딱 맞춰서.

뮈켄베르거는 저택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그들과 다과와 함게 담소를 나누었다.


빌헬미나는 잘 찾아오셨소이까?”


에렌베르크의 물음에 뮈켄베르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기대는 했지만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더구려.”


현역 시절 뮈켄베르거의 기함이었던 빌헬미나는 립슈타트 전쟁 때 플레겔에게 넘어갔다.

전쟁이 얼간이 귀족들의 패배로 끝났을 때 뮈켄베르거는 빌헬미나도 격침되었거니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그러다 최근에 소식을 들었다.

알려준 건 신 왕조에 출사한 옛 부하였는데, 페잔에서 과거 플레겔의 참모장이었던 레오폴트 슈마허를 만났다고 한다.

슈마허가 빌헬미나를 팔아 농토를 샀다는 이야기를 접한 뮈켄베르거는 기함이 어찌되었는지 알아보았다.

과거 영광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이름을 단 전함이었던 터라 그리움이 더 해졌던 탓이었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그런 그리움은 예전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다행히 아직 폐선은 되지 않았었소. 하지만 무장은 제거되고 화물선으로 개조된 상태더구려.”

허허, 그런…….”

하지만 그 덕에 매입할 수 있었소. 전함이었던 물건이다 보니 좀 깐깐한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로엔그람 왕조는 전 왕조와 달리 사병을 금하고 있었다. 전투함을 보유할 수 없는 것도 물론이다.

전 왕조의 말기에 일어났던 것과 같은 귀족들의 반란을 처음부터 뿌리 뽑기 위함이었다.


사업용도로 매입하신 거지요? 기함 급을 개인 크루즈로 쓰려면 유지비는 둘째 치고 세금이 만만찮을 겁니다.”


슈타인호프 원수의 말에 에렌베르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세금이라…… 참 오래 살았다는 걸 느끼오. 귀족이 세금을 내야 하는 시대를 살 줄이야.”

그것도 가진 만큼 더 내야 하는 시대지요.”

, 말만 제국이지 반란군 놈들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소. 세금 제도도 그렇고, 그 의회란 것도 그렇고.”


투정에 가까운 하소연을 내뱉었던 에렌베르크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아무 실권 없는 역사의 산증인, 나쁘게 말해 퇴물들이 모여 떠든다고 해서 신 왕조에서 크게 신경을 쓰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오베르슈타인이라면 당장 한뚝배기...


그래도 의회는 꽤 재밌지 않소이까?”


뮈켄베르거의 말에 슈타인호프는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웬만한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낫지요.”

후후, 어디 예능뿐입니까? 종합 격투기보다 흥미진진하더구려.”


세 원수들이 비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로엔그람 왕조에서 가장 먼저 의회가 생긴 곳은 바라트 성계 자치령이었다.

정치적으로 민주정을 허락받은 이곳에선 내각과 의회를 기반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회는 법안과 예산 심의 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사실 시끄러운 게 당연했다.

자유행성동맹 붕괴 후 바라트 성계에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해결책 마련을 두고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게 지나치게 과열된다는 게 문제였다.

트래쉬 토크나 걸죽한 욕설이 오가는 것은 예사였고,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의원들끼리 드잡이나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략 이 지경


문을 닫아걸고 날치기를 시도했던 일도 있었지요.”

그건 본인도 봤소이다. 전직 로젠리터 출신의 의원이 현역 시절 사용했던 탄소크리스탈 토마호크를 들고 와서 돌격하더구려.”

누가 블래스터를 숨겨 와서 쏠까 싶어 의사당 안에 제플입자를 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디다.”


이런 자치령 의회의 추태는 은하제국 공영방송들을 통해 제국령 전체에 알려졌다.

방송국의 아첨꾼들은 민주주의 정치란 게 이런 수준입니다라는 다분히 폄하적인 의도로 선전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의도와 달리 평민층에서는 그저 재밌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규모 내전을 벌이고, 멀쩡한 행성에 핵폭격을 가해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며 권력 투쟁을 일삼은 문벌대귀족들의 막장 행각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으니까.


오히려 평민들에게 공화제나 민주정치에 대한 관심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지요.”

확실히 역효과였지요.”


아무튼 의회의 개판 행실 때문에 힐데가르트 황후가 제국 헌법에 이어 제국 의회 설립을 공표했을 때 많은 신료들이 우려했다.

입헌군주제야 선제가 승하하기 직전에 허락한 바 있어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제국 의회가 자치령 의회처럼 난장판이 되 버렸다간 은하제국의 위신이 바닥에 추락하고 만다.

이에 제국 의회 규범이란 게 만들어져 의원들의 행실을 단속하게 되었다.


하나마나였지만 말이오.”

애초에 그 멧돼지 녀석을 들인 것이 실수였다 할 수 있소.”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그는 제국 의회에서 역사적인 첫 번째 사고를 친 인물이었다.

죽을 때까지 군무에 몸담을 거라고 하던 그가 정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은하제국군 감축과 연관이 있었다.

은하통일이 이루어진 이후, 군대는 해마다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백만의 장병들이 전역하고, 전투함 역시 상당수가 폐기, 스크랩 되거나 무장이 제거되어 민간에 불하되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군축은 안 된다! 제국을 지탱할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서겠다!”


 

그렇게 비텐펠트는 정계로 나갔다.

이를 두고 예술과 교양에 조예가 깊은 M모 원수는 모두들 제대로 된 공천과 선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라며 평가했다.

아무튼 의회에서 출석한 비텐펠트는 군비 감축이 들먹여 질 때 마다 쌍수를 들고 반대하면서 전역과 복무기간 단축을 바라는 현역병들과 고철을 원하는 폐기업자들의 원성을 샀다.


"아놔... 집에 좀 가자, 이 멧돼지 시키야."


그러다 사고가 터졌지요.”

상대가 반란군의 제독이었다던가?”

분명히 전장에서 악연이 있다고 들었소.”


제국 의회에는 과거 동맹 세력도 있었다.

전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구 동맹군 중장 더스티 아텐보로가 중심이 되어 결성된 제국자유당이 그것이다.

구 동맹령의 권익과 제국 전역에 전면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목표로 결성된 이 정당은 군축에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비텐펠트 입장에선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역사적인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여성 징병 확대 건이었다.

아텐보로는 낙후되어 있는 제국의 여권 증대와 군부의 인력난을 해결할 방안으로 여성 징병 확대를 제안했다.

구 동맹군이나 그 후신인 자치령 경비순찰대와 달리, 제국군은 후방의 사무직이나 의무부대를 제외하면 여군이 없었다.

베스트팔레 여남작을 비롯한 제국 내 여성 인사들은 물론, 군부 인사들도 찬성했다.

하지만 비텐펠트는 펄펄 뛰었다.

 

이 음흉한 반란군 자식! 우리 제국군의 전력을 약화시킬 속셈이냐!”


 

아텐보로에게 달려들어 드잡이를 벌이던 비텐펠트는 아텐보로의 역공에 마운트를 당하기 직전 배대뒤치기로 날려버렸다.

장갑척탄병 백병전 교범에 넣는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기술이었다.


이렇게 날렸다 카드라


그리고 바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군부로 돌아갔지요?”

멧돼지에겐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던 게지요.”

그래도 아쉽긴 합니다. 더 재밌는 이벤트를 보게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오.”

후후후, 확실히 그렇구려.”


노 원수들의 웃음소리가 정원으로 흘러나갔다.



---------------------------------------------------------------------


호프님이 이거 안 쓰시는 것 같아 멋대로 휘갈긴...

만찬과는 영 상관없는 내용 뿐이군요...;;;

연재 마감해야 하는 데 뭔 짓인지...;;;


덧글

  • 한뫼 2016/06/11 13:10 #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 초효 2016/06/11 22:21 #

    가능성이라...;;;
  • 슈타인호프 2016/06/12 06:06 #

    아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ㅡㅌ을 못 낸지 몇 년인지....ㅠㅠ

    이렇게 릴레이로 이어가볼까요 ㅋㅋ
  • 초효 2016/06/12 08:09 #

    아직 쓰다 남은 게 있다능...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0896
606
1628528

기갑마도사

대군주

백은의사자

일세영웅

화산검선

mouse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