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에서 시민의식이라... └영상의 장



12월에 개봉한다는 재난영화입니다.


시사회에서 영화보신 분이 이렇쿵 저렇쿵 써놓았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거슬리는 게...


오사카 시장스시집 같은 줄글이 치를 떨게 만들었다.


제가 알기로 저 영화는 후쿠시마 사건을 소재로 했고, 배경은 노후된 원전 1호기가 있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로 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고리 원전 주변에는 울산과 부산이라는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 중추의 대도시들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인구도 바글바글...

근데 진짜 원전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후쿠시마 현 전체 인구는 200만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정도로 취급받던 지역이었고, 사고 원전이 있던 오쿠마마치는 촌동네라서 인구도 적고, 그 때문에 2000년에 들어서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서 사고가 난 적이 있는 곳이죠.
가장 가까운 도시가 현청 소재지가 있는 후쿠시마시인데, 28만명 밖에 안됩니다. 원전과는 80키로 정도 떨어져 있죠.

영화의 무대가 된 부산과 울산은 고리원전에서 각각 40키로, 30키로 거리에 있습니다. 두 도시 인구는 350만에 110만 가량이고요.
자, 이 정도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대충 짐작이 잡히는 분들이 있을 거라 봅니다.


도쿄는 너무 크니까 삿포로 부근에서 대지진 후 원전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해 보죠.
과연 100만이 넘는 인구가 단시간에 순조롭게 철수 가능했을지?
일본의 시민의식은 세계 최에에에고오오오!!!!!...라고 여길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믿을 지도.


참고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터지고 난 후에 일본 정부는 원전 반경 30키로 내에 사는 주민들에게만 철수 권고를 내렸고, 이에 대해 주민들 상당수가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죠. 이후로도 피난 주민에 대한 처우개선이 좋지 못해서 언론에 올라온 일이 있고, 후쿠시마 지역 출신을 왕따하는 사례까지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죠.

자 이런 문제를 접어두고 과연 질서정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 


경주 지진 후속대책이나 피해 지원에 대해서도 이렇쿵저렇쿵 말이 많습니다.
그런거 상관없고 일단 눈에 보이는 것만 정리해 놓으면
질서정연이라고, 수습이나 복구를 잘 했다고 말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뜻밖의 재난에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종종 있습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갑자기 맹인병(?)이 퍼지면서 도시가 혼란에 처하는 상황이 보여집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발병자들을 색출해 강제 강금시키지만, 발병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처후개선은 관심도 없을 정도로 무능합니다. 거기다 발병자들을 감시하는 군인들도 막장급이라, 발병자들을 조롱하고 강압적으로 대하죠.
수용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개막장인데다, 나중에 병이 도시 전체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상황들도 충공깽이라 할만 합니다.

뭐 이런 걸 보고 '실제 저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한 번쯤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고, 영화 속의 무능한 정부의 대처를 보고 현실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질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영화에는 재임 기간 내내 빌런들의 국내외 범죄에 대처하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결국에 낸 결론이 소코비아 협정이었는데 그마저도...
테러 불안을 안고 사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선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를 두고 시민의식 운운한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거나 모티브로 해서 인간의 본성이나 집단 의식을 다루는 영화들이 있긴 합니다.

재난 영화에서는 극한의 상황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고, 그걸 잘 표현한 작품일수록 명작이라고 칭송합니다만...
문제는 이런 걸로 시민의식을 단적으로 평가해선 곤란하다는 거죠. 그런 걸로 시민의식을 평가할 것 같으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온갖 군상을 보이는 미국의 경우는 최악의 시민의식을 가졌을 겁니다. 


혼돈! 파괴! 망가!
있음직한 일이라고 해서 다 그럴 거라 생각하는 건 골룸합니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고 나름의 교훈을 느낄 수야 있겠습니다만, 지나친 확대 해석을 하는 건...
글쎄요, 나름 의도적인 목적이 있다면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겠네요.




PS. 논란거리였던 고리 원전 1호기는 영구가동 중지되고 폐로 절차로 간다더군요. 폐로에 완료되는 시간은 약 30년 정도에, 비용은 1조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6/12/02 11:46 #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인데 왜 꼭 다들 영화 보고 나오면 깨시민 된것처럼 이러쿵저러쿵 하는건지 모르겠더라요.
  • 초효 2016/12/02 15:47 #

    뭐 사람이니 이리저리 따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너무 쓸때 없이 파들어 갈때가 있다는.
  • 검투사 2016/12/02 12:41 #

    동일본 대지진 이후 ATM 기계가 털린 거라든지 하는 사진들이 올라왔고,

    이른바 "극우"라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위키에서도 평가를 받는 만화 [지팡구]의 외전에서도 95년의 고베 대지진 때 재해 구호 출동한 자위대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울부짖는"(세월호 유족들에게 손가락질한 양반들이 지적질할 만한) 내용도 나오던데 말이지요.

    그리고 문맥이 맞지 않는 게... 정부를 비판했다면 그 다음에 이어질 저런 얘기는 "정부를 믿지 못하니 시민들이 저리 된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정부의 말대로 하면 빠져죽으니 각자도생하는 수 밖에 없다"가 나오는 게 정상 아닌지?
  • 초효 2016/12/02 15:51 #

    관련한 언급이 나와서 말하는데, 미국쪽 매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유가족의 오열이나 항의등의 감정적인 장면을 보도는 자제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자극적인 보도가 냉정하게 사고의 원인을 따지거나 원칙적으로 수습을 하는데 도움이 안된다던가... 우리네 입장에서 따지면 매정하기 짝이 없는 태도죠.
  • J H Lee 2016/12/02 14:39 #

    애초에 재난영화에서 시민들이 패닉에 빠져 질서가 무너지는 건 클리셰중 클리셰가 아닌가 싶은데.... 거기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네요.
  • 초효 2016/12/02 15:52 #

    제목은 생각 안 나는데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였죠. 거기서 원전 직원인 주인공이 가족들에게만 비밀을 말하고 조용히 대피하라고 했는데, 딸네미가 옆집 친구에게 꼬바르는 바람에 그만...
  • UnPerfect 2016/12/02 15:33 #

    저 같은 경우는 발암캐들 보는 게 싫어서 재난 영화를 거르는 관객인데(저번에 서울역 보다 속터져 뒤지는 줄;;) 본인이랑 비슷한 사람이 평가했나보군요. 물론 일본의 질서의식 운운은 헛소리가 맞지만요
  • 초효 2016/12/02 16:00 #

    저는 최근에 히어로물 봅니다. 근데 맨오브스틸 경우에는 거의 재난 영화 수준이기도...
  • 소시민 제이 2016/12/02 22:16 #

    영화는 영화죠.

    그러면 연평해전에서 우리 병사들 존나 깨지는거 보면서, 야~ 구식함에 깨져? 저것들 당나라네. 라고 씨부리는 거와 뭐가 다를가....
    (뭐.. 돈 처바른 정훈 영화니까. 그렇게 연출해도 뭐라고 할수는....)

    그냥 이럴때는 다이모스 리뷰나 하는게 답.
  • 초효 2016/12/03 16:53 #

    캡춰 한 게 실수로 날아가서 맨붕 중...
  • 루트 2016/12/03 13:23 #

    재난영화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줬다면 위기가 일어나지 않죠. 그럼 재미없잖아요, 솔직히.
  • 초효 2016/12/03 16:54 #

    그렇긴 합니다만, 최근에는 지나친 듯 합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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